대추와 꿀벌 / 2005-
근처 밀집한 빌라는 대부분 5층 이상이다. 다닥다닥 붙어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리고 1층 주차장의 한 구석에 어김없이 식물이 있다. 식물은 주차장의 좁은 공간에서 건물 사이로 비치는 옅은 빛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시들시들하다.
꽃을 피운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말라 죽은 것도 없다. 대부분은 잎들이 주글주글하고 처진 느낌이고
심한 것은 오그라들어 있다. 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 사는 음지성 식물이 있다고 하는데 잎이 넓적한 걸 보니 그런것 같지는 않다.
도시의 구조물 사이에 푸른 식물이 있다. 이들이 가져오는 효과가 콘크리트 벽의 냉기를 상쇄할 만큼의 온기를 가지고 있을까. 가끔은 마치, 대추에 머리를 처박고 죽은 꿀벌처럼 생사의 경계에서 질식해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 우리들의 시간(p166 대추와 꿀벌), 박경리, 나남출판사
참조
- 2019, 대추와 꿀벌, 갤러리인사아트, 서울, 개인전
- 2010, 《Rare Flash》, 한전아트플라자, 서울, 단체전
- 2007, 《Art in Daegu 2007 - 분지의 바람》, 동성로_삼덕맨션, 대구, 단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