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드리다 / 2005-07
잊고 살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죽음은 단절된 시간을 연결해 주는 고리이자 극복의 대상이었다.
순환론은 해답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죽음의 무게를 덜어내지만 경험할 수 없는 삶 이후의 것은 언제나 문 너머에 있다.
끝없이 길고 높은 벽을 마주하듯 무기력한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문은 공간을 구분하고 연결하지만 경계를 넘나들 수 없는 문,
시간과 관련되어 흘러가야만 하는 숙명적인 무엇이다. 순환의 정점에 있는 단 하나의 것이고 시작이자 끝이며 삶과 죽음의 심상을 갖는다.
또한 구체화된 상황으로 이끌기도 하는데 그것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마주하던 당시의 심리 상태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다른 생을 염원했던 모순된 마음이 있었고,
무엇보다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인지하는 순간 느꼈던 공허는, 문이라는 실재적 또는 관념적 대상 앞에서 다시 한번 떠오른다.
- 2007, 《문을 두드리다》, 갤러리보다, 서울, 개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