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통일 / 2009-2010

동대문 평화시장은 실향민의 생계를 목적으로 형성되었다. 판자촌에서 옷을 고쳐 팔던 일이다. 전쟁의 고통과 후의 궁핍은 평화로운 삶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름은 1962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대감각은 곳곳에 드러나기 마련이라 지금도 분단의 현실을 이용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확신했지만 막연했다. 강화에서 고성까지 직접 오가며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개성 출신의 시어머니에게서 순대국밥집을 물려받아 가계를 잇는 아주머니, 화투패의 3과 8을 간판에 그려넣은 건어물 가게, 유엔의 상징인 월계수를 새겨넣은 '판문점 민물장어'도 있다.
1952년 7월 27일, 휴전일로부터 57년이 지났다. 나의 어머니가 그 해 2월에 태어났으니 전쟁에 대한 기억은 없다. 팍팍한 삶이 전쟁을 대신했고, 이전의 향수는 조부모께나 남았을까. 수없이 부르던 '우리의 소원'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통일을 의심할 수는 없다. 역사를 공유하는 한 동질의식은 유지되고 통일을 지향할 것이다. 분단과 통일은 역사의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의식과 현재의식의 대비는 뚜렷하다. 두 집단이 하나가 되는 일은 사회적 긴장과 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통일의 혼란은 전쟁을 일부 닮아있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사회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전후 동대문 평화시장의 이름처럼 '평화'가 더 앞선 요구이기 때문이다. 평화, 통일, 개성, 망향, 평양, 38 등의 이름을 내건 소상인들이 있다. 이미 자신의 삶과 무관함에도 막연한 향수를 물건 삼아 판매한다. 아마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팔듯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단의 의미는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분단의 현실을 끌어안고 그것을 소비하며 사는 동안 평화와 통일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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